이혜인 작가 강정대구현대미술제 참가
 작성자 : 최고관리자
Date : 2017-09-14 10:23  |  Hit : 553  



2017 강정 대구 현대미술제

<강정, 미래의 기록>

2017. 7. 15 - 8. 31

낙동강 강정보 디아크 광장




강정보 수평선 담은 12점의 현장 페인팅


지난 토요일 오후, 이혜인 작가의 마지막 현장페인팅이 드디어 윈도 갤러리를 완성시켰다. 미술제 개막 이후 3주 동안 이 작가는 매 주말 대구행 KTX를 타고 내려와 강정고령보 일대의 풍경과 인물을 화폭에 담았다. 비가 오는 날에도 찌는 듯한 폭염 아래에서도 이 작가의 현장페인팅 퍼포먼스는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강가에서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가족들과 전동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고적히 홀로 남아 강정의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고목에 이르기까지 이 작가는 그날, 그 시간을 만들어가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을 저마다 색과 감(感)을 입혀 캔버스에 담아냈다.

전통적 페인팅의 방법인 야외 사생(寫生)을 주로 하는 이혜인 작가에게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보이는 것에 대한 재현이 아닌 체화된 경험의 시각적 표현이다. 프랑스 현대 철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화가란 “자신의 몸을 세계에 빌려줌으로써, 세계를 그림으로 옮겨 놓는 자”인데, 마치 퐁티의 ‘화가론’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이 작가는 붓을 들기에 앞서, 특정 시간과 장소로 점철되는 바로 ‘그 세계’의 감각을 체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업에 있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물리적으로 남게 되는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으로 작가는 개막식 당일, 그리는 행위 자체를 보여주는 즉흥 퍼포먼스를 실행하여 그 중요성을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개막일의 퍼포먼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야외로 나가기 전 물감을 짜고 캔버스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완성된 그림을 다시 갤러리로 가져와 벽면에 설치하고 남은 물감과 도구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리는 이의 의식과도 같은 이 행위는 현대미술에서 회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지금 실제 눈으로 보는 풍경은 각기 다른 시간의 층위에서 저마다 달리 해석된다. 앞으로도 매해 대구의 무더운 여름은 계속되겠지만 이혜인 작가는 이 순간 강정고령보에 남아 있는 기억과 체험의 이미지 ‘수평선’(The Horizon)을 열두 개의 작은 캔버스에 담았다. 그 풍경 속에 함께 있으나 언제나 이방인의 모습으로 관찰자의 태도를 고수하는 이혜인 작가의 페인팅은 사회적 이슈나 시대의 아픔을 무겁게 보여주기보다는 결핍된 현대인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황량한 아픔이 느껴진다.



안미희 강정미술제 예술감독

2017. 8. 7


[2017.8.7] 매일일보